
사진문화공간 아지트
독립출판사를 운영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송기연


** 아지트는 어떻게 시작했어요?
송기연 사진과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직장 생활을 하던 중 개인적인 한계와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고 뭔가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간절해 졌어요. 타인을 위한 사진 작업을 십수 년 하다 보니까 자연스레 저 자신을 위한, 나만의 사진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고 2012년 여름, 우연히 인도로 사진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죠.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인도는 7월이 가장 더운 때라고 하더라고요. 물을 먹어도 화장실을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은 땀을 흘리면서도 마치 홀린 사람처럼 사진을 찍어댔죠. 그 후 관련 사진들로 사진 인생 첫 번째 전시를 했고 평소에 지인들 때문에 알고 있던 문래동에 작업실을 얻고 독립출판사와 사진 위주의 작은 전시장을 마련했어요. 그동안의 사진을 모아 『페이스홀릭 더 아시아』라는 첫 번째 사진집을 발간했고, 이후 약 4년간 문래동의 곳곳을 기록한 『문래, 도시를 빚다』라는 제목의 두 번째 사진집을 발간하고 전시를 했습니다.
** <문래, 도시를 빚다>는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송기연 첫 번째 사진집 『페이스홀릭 더 아시아』는 약 십여 년 이상 작업했던 제가 찾았던 아시아 여러 곳과 제 주변 인물들의 초상 작업이에요. 저는 과거에 인물들의 표정에 천착했었고 그 결과물이 『페이스홀릭 더 아시아』이고 부제가 ‘태초의 언어, 표정을 찾아서’라고 지었을 정도로 표정 위주의 사진에 사활을 걸었죠. 그러다가 문래동에 자리를 잡게 되면서 문래동이라는 ‘도시와 지역의 표정’을 작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문래철강골목의 표정을 사람 얼굴에 국한 시키지 않고 공장, 골목, 문래동의 색과 밤의 표정으로 곳곳을 누비며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동네 공장 사장님들, 슈퍼 할머니등의 많은 분들과 얼굴을 익히고 친분을 쌓아가면서 문래동을 알아갔죠. 마지막으로 그 분들의 이야기와 표정을 담고 싶었거든요.
**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진을 소개해주세요.
송기연 제 갤러리 뒷 건물에 50여 년 장사하신 ‘태양슈퍼’ 할머니가 계세요. 워낙 사람을 좋아하셔서 가게 근처로 누가 지나가기만 해도 말을 걸곤 하셨는데 저랑도 많이 친해진 어느 날 무릎도 안 좋으신 할머니가 2층 갤러리에 찾아오셨어요. 더 이상 개를 돌보기 힘든 할머니 친구분이 ‘순돌이’라는 개를 맡기셨는데 순돌이도 사람으로 치면 나이가 백 살 가까이 된 상태라 오늘 내일 하는 것 같아 친구한테 보내 줄 사진이라도 몇 장 찍어 달라고 오신 거에요. 할머니가 순돌이를 목욕시켜주는 모습을 여러 장 찍고 마지막으로 할머니랑 순돌이가 함께 있는 사진을 담는데, 뒷다리로 일어서기도 힘든 순돌이가 어쩐 일인지 네발로 멀쩡해 보이는 포즈를 취하는 거에요. 그 모습을 보며 자기 마지막 사진인 줄 알고 좋은 모습을 남기려나 보다 하시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지금도 그 사진을 보면 눈물이 글썽거리곤 해요.


** 말하고 싶은 문래동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송기연 문래동은 대부분 공장들이 낮고 틈새가 많아요. 그리고 공장 근로자들을 상대하는 식당들도 많죠. 숨을 곳이 많아서인지 문래동엔 고양이들이 정말 많아요. 여러가지 논란은 많지만, 밤 시간에 산책을 하다보면 고양이 가족을 자주 만나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레 캣맘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은 주차해 놓은 차 옆에 누군가 작은 박스에 눈도 못 뜬 고양이 새끼를 버려둔 거에요. 고양이를 키워 본 경험은 없기 때문에 동물 병원에 데려 갔는데, 너무 어리고 어미가 없으면 살펴 줄 수가 없어서 곧 죽을 거라 길래 할 수 없이 갤러리로 데려와서 ‘꼬물이’라고 이름도 붙여주고 돌봤지만 한 달을 못 넘기고 결국 죽고 말았어요. 정말 슬펐죠. 꼬물이가 죽고 며칠 뒤 갤러리 주변 골목에서 엄마를 잃었는지 생후 2개월쯤 되어 보이는 하얀 고양이가 울면서 따라오는 거에요. 사람 손을 타지 않은 보통 길냥이들은 사람이 손을 내밀기도 전에 저만치 도망을 가는데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밥을 주었더니 2층 갤러리까지 따라왔어요. 그렇게 ‘흰냥이’와의 동거가 시작됐죠. 아는 소설가께서 농원에서 데려온 ‘깜냥이’가 있는데 아파트라서 키우기 힘들다며 갤러리에 놓고 가셨어요. 암컷인 흰냥이와 수컷인 깜냥이는 서로 싸우기도 하고 아웅다웅하면서 잘 지내는가 싶더니 어느 날 갑자기 새끼 여섯 마리를 낳았네요. 덕분에 여덟 마리 집사가 되어 버리고 말았죠. 문래동이라는 지역의 특수성 때문에 지금도 거리를 걷다 보면 고양이 목소리를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어요. 대부분은 좋아하시지만 싫어하는 분들도 많아요. 고양이도 인간과 공존할 권리가 있는 생명체라고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고양이를 낭만스럽게 바라 볼 수만은 없겠지만 그들에게도 태어난 이상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거, 작다는 이유만으로 무시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문래동은 어떤 곳인가요?
송기연 많은 작가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실 텐데 저도 마찬가집니다. 제 2의 고향이랄까요? 사진작가로, 출판사와 갤러리 대표로 진정한 자립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곳이죠.

글 신동혁 | 사진 송기연
자료제공 사진문화공간 아지트
<말하는 문래> 아카이브북은 술술센터에서 무료배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