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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말랑​

밥짓는 말랑씨와 나무짓는 이경원 목수 부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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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쉼표말랑은 어떻게 시작되었어요?

 

말랑씨  2010년에 회사를 관뒀을 때 우연히 홍대 앞에 있는 무이비엔(Muy Bien)이라는 카페 겸 음식점에 갔어요. 그곳에서 공간이 주는 따듯함, 주인장의 분위기, 정성 들여 나온 한 잔의 차, 이런 것에 제가 감명을 받았죠. 그때 음식이 전해주는 어떤 진실성에 대해 다른 각도로 보게 되었어요. 저도 그런 마음을 진심으로 전해줄 수 있는 매개로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음식을 택했어요. 3년여 동안 배우고 경험하면서 2013년 11월에 ‘쉼표말랑’이라는 상호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제 7년 반 정도 되었네요.

 

이경원  음에 지금 쉼표말랑의 출입문이 있는 공간은 ‘제일기공’ 사장님의 창고였어요. 창고만 봤을 때는 조금 작은 것 같아서 뒤에 뭐가 있나 봤거든요. 10년 정도 비어있었고 쓰레기도 방치된 그런 공간이었는데 창고하고 터서 같이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인을 찾고 계약했죠. 그리고 창고와 이어주는 공사를 했어요.

 

 

** 처음 문래동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이경원  그때는 전집 있었고 공장 사장님들이 점심 드시는 가정식당 한 곳 있었어요. 그곳 두 군데가 유일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었어요. 일부 작업실이 있었지만, 공장이 더 많았죠.

 

 

** 아끼는 메뉴와 공간을 소개해주세요.

 

말랑씨  매주 변하는 컨셉의 메뉴인 '그때그때밥상'은 제게 굉장한 부담을 주지만, 이 공간을 지탱하는 가장 큰 열쇠 같아요. 그 안에는 제가 오랫동안 신경을 써서 나오는 메뉴도 있지만 어떤 메뉴는 밑반찬으로 손님께 드렸는데 너무 괜찮다고 해서 나온 메뉴도 있거든요. 말 그대로 그때그때 달라지고 그때그때 만들어지는 이유도 달라요. 애착이 가요.

 

이경원  이곳의 공간 중에서는 특히 마당이 좋아요. 문래동 자체가 콘크리트 공간이 많은데 풀이 있잖아요. 제가 문래동에서 도시 텃밭 활동도 하는데 마당에 있는 식물이 텃밭의 작물과 비슷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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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고 싶은 문래동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말랑씨  처음 문래동에 와서 알게 되었던 지인들이 여전히 문래동에서 저희와 같이 있어요. 문래동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그 중요한 시기에 만났던 친구들과 같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때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변함없는 친구들을 보면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요. 처음에는 서로 데면데면했거든요. 여전히 문래동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들을 보면 언젠가 문래동을 떠나더라도 그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간직하고 싶어요.

 

이경원  문래동에는 제가 좋아하는 '방아'가 있어요. 마당에 있는 풀 중 하나인데 거친 곳에서 잘 자라는 식물 중 하나에요. 방아의 잎은 향신료로도 사용하죠. 문래동은 어떤 식물도 잘 살 수 있는 좋은 토양을 가지고 있어요.

 

말랑씨  또 문래동은 고양이 이야기를 뺄 수 없어요. 저는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고 있고 다 문래동에서 데려온 아이들이에요. 문래동에서 활동하는 많은 분이 고양이를 돌보고 있고 제 생각에 문래동에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요. 주변 공장 사장님들께서도 고양이를 거둬서 밥을 주고 마음을 써주는 따듯한 분들이 많아요. 저희 고양이 한 마리는 공장 사장님께 입양했어요.

 

 

** 문래동은 어떤 곳인가요?

 

말랑씨  문래동에 와서 세상을 보는 스펙트럼이 훨씬 넓어졌어요. 전에는 정해진 범위 안에서만 사람을 만나고 지냈다면 문래동에 와서는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났거든요. 처음에는 공장 사장님이나 예술가들과 어울리는 것조차 상상하지 않았던 제게는 큰 변화를 준 곳이죠. 그렇게 다양성을 인정하고 세상을 배우고 있어요. 저의 인생을 깊고 넓게 만들어 준 그런 동네에요.

 

이경원  문래동은 한 방향으로만 변하지 않아서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요. 저도 인생을 배운 공간이에요. 지역에서 사람들과 만나는 일을 하면서 지내다 보니 사람에 대한 이해도 조금은 늘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은 잘 없는 것 같아요.

 

** 문래동은 어떻게 변해가면 좋을까요?

 

말랑씨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부인할 수 없지만 조금은 천천히 느리게 변해가면 좋겠어요.

 

이경원  문래동은 열심히 생계를 유지하고 생산활동을 하는 지역이에요. 개발되는 상황에서 돈만 남고 사람이 남지 않는 지역으로 변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런 의미에서 예술가, 지역주민들이 함께 지역의 변화에 대해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함께하는 과정에서 좋은 아이디어나 가치 있는 이야기들이 나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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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동혁 | 사진 송기연 

<말하는 문래> 아카이브북은 술술센터에서 무료배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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