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연갤러리
결의 그림, 이시연 작가의 민화이야기


** 처음 문래동으로 왔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이시연 처음 작업실을 구하러 다닐 때는 지금처럼 외부로 알려진 장소들이 없었어요. 동네 분위기가 약간 회색이었고 어두운 분위기가 있었죠. 이곳도 원래 공장이 있었어요. 기계를 다루는 공장이라 기름에 찌든 자리였죠. 인테리어를 하고 누가 그런 말씀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조금 눈치가 보였어요. 공장도 아니고 장사하는 것도 아니라서요. 마음 편하게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만 보이지 않을까 괜히 걱정했죠.
** 그때와 지금의 문래동은 다른가요?
이시연 시간이 지나면서 문래동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이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 같아요. 반면에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서 외부에서 다른 사람들이 문래동으로 들어오고 있어요. 작가들이 아니라 상업적인 목적을 가진 분들이죠. 그래서 제가 있는 곳의 임대료가 걱정돼요. 예전과 다르게 지금은 이런 걱정까지 하게 되었죠.
** 대표적인 작업을 소개해주세요.
이시연 작년 국회에서 전시한 <싸우지마용>이라는 작품은 서로 싸우지 말라는 해학적인 느낌을 전하려고 했어요. 저는 시사성이 있는 주제를 담거든요. 운이 좋게 TV프로그램에도 나와서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 문래동 골목에서 볼 수 있는 민화도 있나요?
이시연 근처 골목의 셔터에서 볼 수 있어요. 공장 분들께 양해를 얻고 민화팩토리와 같이 협업해서 셔터에 민화를 그렸어요. 셔터에는 공장 분들의 사업이 번창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용을 그렸어요. 또 귀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작을 그렸고, 연꽃도 많이 그려 넣었어요. 연꽃은 지저분 한데서 자라지만 버릴 게 하나도 없거든요. 모두 그런 귀한 쓰임이 있고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 문래동 사람들이 셔터 작업을 좋아하셨죠?
이시연 대부분 좋아하셨어요. 지나가면서 묻는 분들도 많았어요. 어떤 사장님들은 왜 자신의 사업장에는 작업하지 않냐고 묻고 그랬죠.
** 말하고 싶은 문래동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시연 저희가 작년, 재작년 행사할 때 굿즈로 무엇을 할지 고민했어요. 공장 사장님들과 무언가를 같이 협업할 수 있었는데 그때 저희와 같이 아이디어를 내주신 공장 사장님이 계세요. 그분께서 저희의 디자인을 가지고 실제 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꽃꽂이함이에요. 그때 30개 정도 제작했어요. 길에 있는 팻말 같이 외벽에 걸려 있는 작업이에요. 공장 사장님들을 보면서 웃는 얼굴 같은 느낌이에요. 커피를 마시면 남은 빈 통을 화분으로 활용한 작업이죠. 공장 사장님들을 정서적으로 기분 좋게 해드리고자 저의 예술과 공장 사장님의 기술이 만난 작업이에요. 공장 사장님들이 무뚝뚝해도 지나다니면서 감사하다는 말씀도 해주셨어요.
** 문래동은 어떤 곳인가요?
이시연 문래동은 제가 몸 담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항상 이곳에 거주하고 싶은 곳이에요.
** 문래동을 민화로 표현한다면 어떤 이야기가 떠오르세요?
이시연 작년도, 올해도 전봇대 아래에서 제비꽃이 무척 많이 폈어요. 제비꽃이 생활력이 강하거든요.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제비꽃도 잘 자라니 이 시국을 잘 이겨내서 얼른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면 좋겠어요. 현재의 문래동을 보면 그 제비꽃이 떠올라요. 지금도 문래동 곳곳에 제비꽃이 많아요.
** 문래동은 어떻게 변화하길 바라세요?
이시연 이곳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분들이 오면서 어떤 변화가 생기는 부분도 있겠지만 바람은 문래동 작가들이 지금보다도 더 잘 되고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글 신동혁 | 사진 송기연
자료제공 시연갤러리
<말하는 문래> 아카이브북은 술술센터에서 무료배포하고 있습니다.